강요하지 않고 사람을 움직이는 부드러운 개입: 행동 경제학의 꽃, 넛지(Nudge)의 힘

우리는 스스로를 매우 합리적인 존재라고 생각합니다. 물건을 살 때 가격과 성능을 꼼꼼히 따지고, 점심 메뉴를 고를 때도 영양가와 맛을 고려해 최선의 선택을 한다고 믿습니다. 하지만 행동 경제학자들의 생각은 다릅니다. 인간은 감정적이고, 게으르며, 주변 환경에 쉽게 휩쓸리는 비합리적인 존재라는 것입니다.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리처드 탈러와 캐스 선스타인은 그들의 저서 넛지에서 인간의 이런 특성을 이용하여, 타인의 선택을 유도하는 부드러운 개입의 기술을 소개했습니다. 넛지(Nudge)는 원래 팔꿈치로 슬쩍 찌르다라는 뜻입니다. 강압적인 명령이나 금지가 아니라, 팔꿈치로 툭 치듯이 자연스럽게 더 좋은 선택을 하도록 유도하는 설계가 바로 넛지입니다.

가장 유명한 사례는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공항의 남자 화장실입니다. 소변기 밖으로 튀는 소변 때문에 골머리를 앓던 공항 측은, “소변을 흘리지 마시오”라는 경고문 대신 소변기 중앙에 파리 그림 스티커를 한 장 붙였습니다. 그러자 놀라운 일이 벌어졌습니다. 남자들이 무의식적으로 그 파리를 맞추려고 조준(?)을 하면서 밖으로 튀는 소변량이 80%나 줄어든 것입니다. 청결을 강요하지 않고도 환경 설계만으로 행동을 바꾼 완벽한 넛지입니다.

넛지의 핵심 원리 중 하나는 디폴트 옵션(기본값) 설정입니다. 사람은 현상을 유지하려는 성향이 강합니다. 장기 기증 서약률을 높이고 싶다면, 기증을 원하면 체크하세요보다 기증을 원하지 않으면 체크하세요(기본값이 기증 동의)로 서류 양식만 바꿔도 동의율이 폭발적으로 올라갑니다. 귀찮음을 이용한 것입니다.

이 이론은 개인의 습관 형성에도 적용할 수 있습니다. 다이어트를 하고 싶다면 의지력을 탓하며 참는 것보다, 밥그릇의 크기를 작은 것으로 바꾸는 것(환경 설계)이 훨씬 효과적입니다. 저축을 하고 싶다면 월급날 자동으로 돈이 빠져나가도록 자동 이체를 설정해 두는 것이 최고의 넛지입니다.

물론 넛지에는 윤리적인 쟁점도 있습니다. 기업이나 정부가 대중을 자신들이 원하는 방향으로 조종할 수 있다는 우려입니다. 이를 다크 넛지라고 합니다. 구독 서비스 해지 버튼을 찾기 어렵게 숨겨놓거나, 최저가인 척 보이게 가격표를 교묘하게 꾸미는 것들이 이에 해당합니다.

따라서 우리는 넛지를 활용하는 설계자가 되는 동시에, 세상이 우리에게 거는 수많은 넛지를 간파하는 현명한 선택자가 되어야 합니다. 자유지상주의적 온정주의라는 넛지의 철학처럼, 선택의 자유는 누리되 더 나은 방향으로 나아가는 지혜가 필요한 시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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