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명품 가방을 사면 구두까지 사게 될까? 욕망의 연쇄 반응, 디드로 효과의 소비 심리학

새 옷을 샀는데 거기에 어울리는 바지가 없어서 바지를 사고, 샀더니 신발이 안 어울려서 신발까지 샀던 경험, 누구나 한 번쯤 있으실 겁니다. 하나의 물건을 갖게 되면 그에 어울리는 다른 물건들을 계속해서 구매하게 되는 심리적 현상, 이것을 행동 경제학에서는 디드로 효과(Diderot Effect)라고 부릅니다.

이 용어는 18세기 프랑스의 철학자 드니 디드로의 에세이에서 유래했습니다. 어느 날 그는 친구에게 아주 고급스러운 붉은색 가운을 선물 받았습니다. 그런데 서재에 앉아보니 낡은 책상이 그 화려한 가운과 너무 안 어울려 보였습니다. 그는 책상을 새것으로 바꿨습니다. 그러자 이번에는 벽에 걸린 그림이 거슬려 그림을 바꾸고, 결국 의자, 시계, 서재의 모든 가구를 다 바꾸게 되었습니다. 그는 결국 “나는 낡은 가운의 주인이었으나, 새 가운의 노예가 되었다”라고 한탄했습니다.

정체성의 통일성을 추구하는 심리

인간은 심리적으로 자신의 주변 환경과 소유물이 통일된 조화를 이루기를 원합니다. 새로운 물건이 들어와서 기존의 조화(패턴)가 깨지면, 심리적 불편함을 느끼고 이를 해소하기 위해 나머지 물건들을 업그레이드하여 새로운 균형을 맞추려 합니다.

기업들은 이 심리를 마케팅에 적극적으로 활용합니다. 애플의 생태계가 대표적입니다. 아이폰을 사면 에어팟이 필요해지고, 애플워치를 차고 싶고, 결국 맥북과 아이패드까지 사게 만듭니다. 캠핑이나 골프 같은 취미 용품 시장도 마찬가지입니다. 텐트 하나를 바꾸면 그에 맞는 의자, 테이블, 램프까지 싹 다 바꾸게 되는 개미지옥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디드로 효과의 늪에서 빠져나오는 법

이 소비의 연쇄 고리를 끊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첫째, 기능적 소비와 심미적 소비를 구분해야 합니다. 이 물건이 정말 필요해서 사는 것인지, 아니면 옆에 있는 물건과 ‘급’을 맞추기 위해 사는 것인지 냉정하게 따져봐야 합니다.

둘째, ‘원 인 원 아웃(One In One Out)’ 원칙을 지키는 것입니다. 하나를 사면 반드시 하나를 버리십시오. 물건의 총량을 제한하면 새로운 물건을 들이는 데 신중해질 수밖에 없습니다.

셋째, 물건이 아닌 경험에 투자하십시오. 물건은 비교를 낳고 또 다른 물건을 부르지만, 여행이나 배움 같은 경험은 내 내면을 채우고 고유한 추억으로 남습니다.

소유가 미덕인 자본주의 사회에서 디드로 효과는 우리 지갑을 노리는 가장 강력한 함정입니다. 물건의 주인이 될 것인가, 물건의 노예가 될 것인가. 화려한 쇼윈도 앞에서 한 번쯤 디드로의 낡은 가운을 떠올려 보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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